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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취업 잘 되는 알짜배기인데 학생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공계. 우리 어린 시절 남자애들에게 장래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다수는 [과학자]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과학자가 되고 싶었구요. 하지만 중고등학생 시절을 거치고 과학자의 꿈은 산산히 부서졌습니다. 수학을 못하면 과학자는 힘들다는 진리를 깨우치게 된 것이 이유라면 이유겠지요. 이공계 기피현상에도 비슷한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것까진 제가 알 바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과학자]라는 직업은 상당히 광범위한 개념인 것 같아요. 화학자도 과학자, 생물학자도 과학자, 지리학자도 과학자, 공학자도 과학자... 글 쓰는 와중에 갑자기 과학의 정의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사실은 저도 잘 모르겠거든요. 단순히 수학이 싫었기 때문에 과학자의 길을 포기했던 저라서...

과학

명사 보편적 진리 법칙 발견 목적으로  체계적 지식. 넓은 으로는 ()을이르고, 좁은 으로는 자연 과학 이른다.

-네이버 국어사전 발췌


에... 그러니까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이라는 거군요. 지금부터 소개할 사람의 이름이 왜 과학자인지 대충 알 것도 같은 느낌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DUB이란 음악은 굉장히 사색적인, 진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장르거든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양반을 설명하기엔 부족한 것 같네요. 사이언티스트는 우탱클랜이 90년대 초반에 힙합에서 써먹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컨셉과 설정을 음악에 적용한 최초의 음악가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게 말로 설명이 잘 안되는 부분이 있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이런 겁니다. 진리나 법칙발견의 장르인 DUB을 하는 것 만으로도 사이언티스트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사람은 음반 컨셉에 진짜 [과학자]의 설정을 끼워 넣었다는 거죠.

시작은 이렇습니다. 1980년에 킹터비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프린스자미(현재는 King Jammy입니다.)와의 대결을 펼치죠. 앨범의 수록곡들은 Round 1, 2 이런식으로 10라운드까지 진행됩니다. 참고로 좌측의 인물이 사이언티스트에요. 플라스크를 데우고 있는 것 만으로도 대충 짐작이 가시죠? 프린스자미는 왕관을 쓰고 있네요. 

1981년 입니다. 지구에 정체불명의 스페이스 인베이더들이 침공하죠. 프린스자미와의 대결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사이언티스트는 몸소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나섭니다. 앨범 수록곡을 보면 Beam Down, Time Warp, Pulsar, Super Nova Explosion, Quasar 등의 과학적 용어들이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초신성 폭발을 일으켜 퀘이사가 만들어졌나보네요... 물리치긴 했나봅니다.

그 뒤 한동안 평화가 온 건지... 다른 침략자들을 막아내기 위한 힘을 비축하고 계신지 실험에 몰두하십니다. 사이언티스트는 잔상 혹은 분신술까지 쓸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지요. 앨범은 유명한 레게들의 Dub 사이언티스트 식 Dub 벌젼으로 가득채워져 있습니다. 아주 유명한 곡들이니까 어떤 곡의 덥버젼인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에요.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침략은 서론에 불과했던 겁니다. 반 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사이언티스트는 사운드시스템을 이끌고 악을 소탕하기 시작합니다. 부두의 저주, 뱀파이어, 늑대인간, 미라, 좀비, 프랑케슈타인 등등 (앨범 수록곡이 다 이런 식입니다.) 세계의 온갖 귓것들을 과학의 힘으로 소탕하셨습니다. 


1982년입니다. 소탕당한 줄 알았던 악마들(Vampire Initiative)이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s Re-Group)에 팩맨까지 대동하여 난리를 친 것입니다. 위기가 찾아 왔습니다.(S.O.S) 사이언티스는 인간사냥 덫(Man-Trap)인 팩맨의 공격을 잘 막아냈을까요?


같은 해에 나온 앨범입니다. 뭐 어떻게든 이겨낸 것 같습니다. 함께 대결했던 프린스자미와 함께 곧바로 역습에 들어갔군요. 악마들과 팩맨과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쳐부수러 왜 데스스타로 가고 (Storming The Death Star) 스톰트루퍼와 싸워야 하는지 (The Crushing Of The Stormtroopers)는 모르겠습니다만 누군가가 다스베이더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The Son Of Darth Vader) 드러난 것 같습니다....

그 후, 지구엔 평화가 찾아온 것 같습니다. 과학만 잘 하시는 게 아니라 월드컵에서도 우승하셨습니다. 이 앨범은 수록곡에 제목이 하나도 없습니다.... (크... 패기!) 그러다가 21세기에 리마스터링 되면서 Ten Dangerous Matches 라는 제목이 트랙마다 붙게 돼요. 총 10번트랙까지 있고 10번의 위험한 매치를 진행하죠. 리마스터링 특전으로 Extra Time Part 라는 곡이 5곡 Golden Goal 이라는 트랙이 한 곡 더 들어갑니다. 아무튼 제목이 없어서... 유튜브에서도 찾기 되게 힘든 관계로... 링크는 생략하겠습니다.


사족 : 사이언티스트와 그의 하우스밴드인 Roots Radics의 앨범은 동표사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구경하러 가기 : http://easternstandardsounds.com/product/detail.html?product_no=90&cate_no=58&display_grou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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