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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표준음향사 한겨레21 보도자료

동양표준음향사 2015. 3. 4. 19:05

동양표준음향사는 스카 시절 고전부터 레게 명반, 자메이카 음악 전반을 오리지널 방식인 바이닐로 소개한다. 정기적 셀렉타 파티, 영상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어 한국의 자메이카 음악신과 팬들의 영역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하는 레이블이다. 왼쪽부터 동표사 멤버 스마일리 송, 이능금, 오정석씨. 류우종 기자

[한겨레21]
‘자메이칸 뮤직 레이블’ 동양표준음향사의 
오정석·이능금 스마일리 송이 말하는 ‘내 인생의 밥 말리 그리고 레게’

1월27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해방촌의 한 카페. 드레드록스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오정석씨가 ‘바이닐’(LP판)을 40장쯤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거 예쁘죠” 하며 재킷에서 꺼낸 음반은 ‘밥 말리 앤드 더 웨일러스’ 베스트 음반 발매 30주년을 맞아 지난해 발매된 <레전드(legend) 30th> 음반이었다. 에티오피아 국기 색깔인 빨·노·초 삼색이 그러데이션된 LP판이 고왔다.

오정석씨는 킹스턴 루디스카에서 트럼펫을 부는 트럼페터다. 킹스턴 루디스카는 올해로 결성 11년이 되는 한국의 장수 스카(Ska) 밴드다. 스카는 1950년대 서인도제도 자메이카에서 생긴 음악 장르다. 4분의 4박자 ‘읏짜읏짜’ 흥겨운 리듬을 베이스로 하지만 에티오피아 흑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오는 노예무역 중심지였고 이후 영국 식민지를 겪은 자메이카 ‘종속’의 역사가 드리울 수밖에 없어 슬픔의 정서가 배어 있다.

‘밥 말리 레전드 음반’을 구경하는 사이 이능금씨와 스마일리 송이 속속 도착했다. 이 셋은 모두 ‘자메이카 음악’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이다. 사과로 유명한 충북 충주의 아들이어서 사과의 사투리인 ‘능금’을 가져와 예명을 만든 이능금씨는 자메이카 음악을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며 이름을 날리던 이 바닥의 ‘덕후’였다. 스마일리 송은 자메이카 신에서 디제잉을 하는 ‘셀렉타’로 활동하고 있다. 군대 가기 전까지는 그룹 윈디시티에서 활동했고 킹스턴 루디스카에서도 현 보컬 슈가석율이 입대했을 때 초기 객원 보컬로 활동했다.

왜 취향은 하나일까

자메이카 음악에 푹 빠진 세 사람은 지난해 8월 자메이카 음악을 하는 세계 여러 뮤지션들의 LP 음반을 수입·배급하는 ‘자메이칸 뮤직 레이블’ 동양표준음향사(이하 동표사)를 세웠다. “킹스턴 루디스카를 시작하던 10년 전부터 레게 음악, 자메이카 음악을 파는 레코드 가게가 생기길 기다렸어요. 한참동안 안 생기더라구요. 서울에 1500만 명이 사는데, 취향은 왜 하나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메이카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건, 자주 듣고 접할 기회가 없어서인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2010년께 자메이카 뮤직 바이닐 음반을 취급하는 ‘봄비노 레코드’가 생겼어요. 귀한 싹이었죠. 저도 자메이카 음악을 들을 기회를 자주 만들고 귀하고 좋은 음반도 많이 들여와서 같이 즐기도록 행동해야겠다 생각했어요. 10년 동안 자메이카 뮤직숍이 많이 생기길 기다리기만 하다가 직접 행동에 나선 거죠.” 오정석씨가 ‘자메이칸 레이블’을 구상하고 이 바닥 덕후 2명을 불러모은 이유다.

오정석씨가 ‘자메이칸 레이블’을 구상하고 이 바닥 덕후 2명을 불러모은 이유다.

동표사는 문을 열면서 세계의 귀한 자메이카 음악 음반을 보급하는 한편, 이걸 같이 즐길 수 있도록 파티도 많이 기획했다. 문을 열자마자 기획한 파티는 ‘슈쓰동’. 펑크 음악을 좋아하는 킹스턴 루디스카의 보컬 슈가석율이 레게에 빠진 사연과 그가 푹 빠진 음악들을 통기타 라이브로 공연하고 이를 그래픽디자이너 쓰바가 그림으로 그려내고 동표사의 바이닐 레코드 소개 및 판매를 묶어 기획한 파티다. 슈가석율·쓰바·동표사의 첫 글자를 딴 ‘슈쓰동’ 파티에서는 동명의 음식인 ‘슈쓰동’(치킨덮밥)도 함께 먹을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에 상영된 적 없는 레게 영화 <바빌론>을 한글 완역 자막본과 함께 상영하고 스마일리 송과 슈가석율, 그리고 오청달(셀렉타로서의 오정석씨 이름)이 고른 음악이 흐르는 파티를 열었고, 12월에도 연말결산 레게 파티를 열었다.

“이렇게 직설적인 노래가 있다니”

동표사가 2015년 기획한 첫 번째 파티는 “밥 말리 형님의 생신파티”다. 밥 말리는 자메이카가 낳은 레게 슈퍼스타다. <노 우먼 노 크라이>(No Woman No Cry)와 <겟업 스탠드업>(Get up, Stand up)은 누구나 들으면 흥얼댈 수 있는 만국 공통의 곡이다. “형님 생신파티를 동표사가 열어야죠.”(이능금) “사람들이 익숙한 밥 말리를 통해 자메이카 음악을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다 같이 재밌게 놀자는 거죠.”(오정석) 밥 말리의 생일파티도 형식은 비슷하다. 오청달, 스마일리 송, 와다다 사운드가 셀렉타로 밥 말리의 곡들을 위주로 ‘디제잉’을 하고 ‘우꾸자꾸’라는 즉흥 프로젝트 밴드가 꾸려져 밥 말리의 음악을 베이스로 공연한다. ‘우꾸자꾸’는 레게 리듬을 오르간으로 칠 때 나는 소리 ‘우꾸자꾸’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웃고잡다’라는 뜻도 있어요.”

이들은 왜 밥 말리를 좋아하게 됐을까. 밥 말리는 이들을 자메이카 음악의 세계로 인도한 관문이었다. 셀렉타 스마일리 송은 밥 말리의 음반 <바빌론 바이 버스>를 듣고서 ‘이걸 평생 해야겠다’고 맘먹었다. “중학교 때 홍대 앞에 ‘씨티비트’라는 레코드숍이 있었어요. 거기서 <바빌론 바이 버스> 음반을 들었어요. 1978년 파리 공연, 1975·1976년 런던 공연에서 녹음한 라이브 음반인데 전체 곡이 한 가지 리듬 패턴으로 쭉 이어지는데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이능금씨가 덕후가 된 계기도 ‘말리 형님’이다. “밥 말리의 곡을 듣고 밥 말리 음반 재킷에 있는 연주 세션, 스태프, 녹음 스튜디오를 연구하면 이쪽 세계의 절반을 알 수 있어요. 밥 말리가 처음 활동했던 웨일러스 밴드의 구성을 보면 피터 토시, 버니 웨일러 등 초기 자메이카 음악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훌륭한 뮤지션들의 음악을 듣게 되고요.”(이능금) “밥 말리의 연주 세션 가운데 스캐털라이츠 같은 위대한 스카 밴드가 있어요. 밥 말리를 들으면서 스캐털라이츠도 알게 되는 거죠.”(오정석)

‘저항성’ 혹은 ‘반골 기질’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밤엔 차가운 땅바닥이 내 침대였고, 돌덩이가 내 베개였어. …사람들은 네 발이 네 신발에 비해 너무 크다고 말해”라고 노래하는 곡 <토킹 블루스>(Talking Blues)는 이능금씨의 마음을 흔들었고, 밥 말리가 17살에 처음 낸 싱글음반에 수록된 곡 <저지 낫>(Judge Not)은 오정석씨가 하고 싶은 말이다. “내 삶과 나를 판단하는 너는 누구지? 나를 판단하기 전에 네 손가락이 깨끗한지 먼저 확인해. 너 스스로를 판단하기 전에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마.” 스마일리 송은 <래트 레이스>(Rat Race)를 듣고 “이렇게 직설적인 노래가 있다니” 생각했다.

“자메이카 음악은 기본적으로 저항성을 가지고 있어요. 어느 때보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노래인데, 다들 취향도 사라지고 꿈도 잃어버린 순한 양이 된 것 같아요. 동표사에서 소개하는 음반들로 사람들이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취향도 찾고 즐기고 세상에 침도 좀 뱉을 줄 알게 되면 좋겠네요.”(오정석)

2월5일 밤 9시부터 “밥 말리 형님의 생신파티”

동양표준음향사라는 이름은 유명 스카 밴드 스캐털라이츠의 대표곡 <이스턴 스탠더드 타임>(Eastern Standard Time)에서 따왔다. 이 이름은 ‘동표사’의 꿈을 드러낸다. “자메이카에는 중국에서 온 중국계 자메이칸이 많았어요.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극동의 소리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록스테디, 레게, 스카평크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발전해온 자메이카 음악은 동양의 정서와도 맞닿아 있고요. 즐겁고도 슬픈 느낌이랄까. 자메이칸 신에서 밴드 스캐털라이츠의 <이스턴 스탠더드 타임>은 비틀스의 <렛잇비>와 같은 곡이에요. 대표적인 자메이카 음악이면서, 세계에서도 통하는 음악이죠. 그 곡목을 살짝 비틀어서 가져온 거죠. 우리가 바로 극동이기도 하고요. 동표사를 통해 세계의 자메이카 음악을 한국에 들여오는 것은 물론, 한국의 스카 음악을 세계로 내보낼 때도 통하는 이름일 것 같아서 지었죠.” 킹스턴 루디스카의 음반은 그렇게 동표사를 통해 해외에 배급되고 있다.

밥 말리의 생일파티는 2월5일 밤 9시부터 서울 녹사평역 경리단길 바이닐 펍 ‘골목’에서 열린다. 밥 말리가 태어난 2월6일이 되기 3시간 전, 전야를 함께 즐기는 파티다. 늦은 저녁, 동표사 멤버들이 차린 잔치에서 흔들흔들 놀다보면 동표사가 꾸는 꿈을 같이 꾸게 되지 않을까.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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